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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임예인의 습작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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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기록을 남겨둔다, 기억은 잃어버리기 쉬우니</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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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습작소는 개점휴업</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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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18 Feb 2011 15:03:00 +0000</pubDate>
		<dc:creator>eshyin</dc:creator>
				<category><![CDATA[분류되지 않음]]></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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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국가시험 준비 관계로, 습작소는 1월 중순까지 개점휴업에 들어갑니다. 한편 그동안 완결된 습작 목록은 화면 우측의 카테고리에서 &#8216;완결된 습작&#8217; 좌측의 + 기호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60;5am&#62;, &#60;33인의 합주&#62;, &#60;모노크롬&#62;등이 이 목록에 있으며, 제목을 클릭하시면 습작 전체를, 첫 회에서 마지막 회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국가시험 준비 관계로, 습작소는 1월 중순까지 개점휴업에 들어갑니다.
<div>한편 그동안 완결된 습작 목록은 화면 우측의 <span style="font-weight: bold;">카테고리</span>에서 <span style="font-weight: bold;">&#8216;완결된 습작&#8217;</span> 좌측의 + 기호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lt;5am&gt;, &lt;33인의 합주&gt;, &lt;모노크롬&gt;등이 이 목록에 있으며, 제목을 클릭하시면 습작 전체를, 첫 회에서 마지막 회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p>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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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때 마루 아래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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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Wed, 13 Aug 2008 00:46:01 +0000</pubDate>
		<dc:creator>eshyin</dc:creator>
				<category><![CDATA[시]]></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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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낮은 담 아래 흙길 걸어희나리 쌓인 흙집 지나마루 비추는 달 보이면귀밝이술 한 잔 뜨러 가리 한 잔 전할 님이 없어홀로서 꿈꾸듯 걸으며멀리 기스락 바라보고가락은 홀로 흐르리 나릿나릿 임 맘이 흘러임 내 맘 아셔도 이미 늦어임이 처음으로 안녕을 물을 때나 비로소 안녕을 고하리]]></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낮은 담 아래 흙길 걸어<br />희나리 쌓인 흙집 지나<br />마루 비추는 달 보이면<br />귀밝이술 한 잔 뜨러 가리</p>
<p>한 잔 전할 님이 없어<br />홀로서 꿈꾸듯 걸으며<br />멀리 기스락 바라보고<br />가락은 홀로 흐르리</p>
<p>나릿나릿 임 맘이 흘러<br />임 내 맘 아셔도 이미 늦어<br />임이 처음으로 안녕을 물을 때<br />나 비로소 안녕을 고하리</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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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5am 30 : 맥주와 삼겹살과 노래와 파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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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at, 16 Feb 2008 08:27:00 +0000</pubDate>
		<dc:creator>eshyin</dc:creator>
				<category><![CDATA[5am]]></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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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5am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 # 30맥주와 삼겹살과 노래와 파티 &#8220;이젠 말해줄 수 있어?&#8221;아무 말 없이, 시쳇말로 &#8216;후까시&#8217;를 잡고 있던 신준을 바라보며 민선이 조심스레 묻는다. 무표정한 신준의 얼굴에 갑자기 함박웃음이 번진다. 신준의 웃음을 보며 민선도 빙그레 웃는다. 그 날, 그 때 그랬던 것처럼 두 사람의 웃음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가식으로부터 시작되었을런지도 모른다. 곤란한 질문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a href='http://yeinz.net/etude/archives/77'> [... 계속 읽기]</a>]]></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style="text-align: center; "><font size="5" style="color: rgb(212, 26, 1); "><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 'avant garde'; "><font size="+0"><span style="font-size: small; "><br /></span></font>5am</span></font><br /><font size="3">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font></p>
<p><font size="3"><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 'avant garde'; "># 30</span></font><br />맥주와 삼겹살과 노래와 파티</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div>
<div><span class="Apple-style-span" style="color: rgb(29, 29, 29); line-height: 18px; ">&#8220;이젠 말해줄 수 있어?&#8221;<br style="line-height: 1.5em; "><br style="line-height: 1.5em; ">아무 말 없이, 시쳇말로 &#8216;후까시&#8217;를 잡고 있던 신준을 바라보며 민선이 조심스레 묻는다. 무표정한 신준의 얼굴에 갑자기 함박웃음이 번진다. 신준의 웃음을 보며 민선도 빙그레 웃는다. 그 날, 그 때 그랬던 것처럼 두 사람의 웃음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가식으로부터 시작되었을런지도 모른다. 곤란한 질문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신준의 본능이 그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br style="line-height: 1.5em; "><br style="line-height: 1.5em; ">그 분위기에 닭살이 돋았는지, 갑자기 창현이 일어나 헛기침을 한다. 그리고 갑자기 가만히 앉아 있던 승욱의 등을 떠민다. 갑자기 중앙으로 떠밀린 승욱은, 엉뚱하게도 숯불 위에 (대부분 다 익은) 삼겹살을 뒤집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 뻘쭘한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승욱이 선택한 노래는 김광석의 &lt;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gt;다. 술이 얼큰하게 오른 탓인지, 자연스럽게 승욱의 목소리가 커진다.<br style="line-height: 1.5em; "><br style="line-height: 1.5em; ">&#8220;노친네같애.&#8221;<br style="line-height: 1.5em; "><br style="line-height: 1.5em; ">민선이 승욱의 노래를 들으며 낄낄댄다. 그렇지만 어느새 고개를 까딱거리며 리듬을 타고 있다. 신준이 승욱의 노래에 맞춰 자연스럽게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를 잘 못 하는 창현은 그 노래의 행렬에 동참하는 대신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주워먹는다. &#8216;기타가 있으면 반주를 곁들일 수 있을텐데&#8217;하고 생각하지만, 요즘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옛스런 풍경을 떠올리고서는 이내 픽, 웃고 만다. 기타 치고 노래하는 캠프파이어 따위야 운동권 자식들의 MT에나 어울리는 법이지, 문선도 곁들여서. ㄲㄲㄲㄲ, ㄲㄲㄲㄲ, 웃음이 전염된다.<br style="line-height: 1.5em; "><br style="line-height: 1.5em; ">과거를 생각하자면, 류신준은 전민선을 잔인하게 버렸다. 두 사람이 만나던 &#8216;잠들기 좋은 방&#8217;은 이제 후배들의 합주 연습실로 변했다. 신창현은 류신준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신창현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류신준을 향한 날카로운 칼을 갈았다. 마음 속에서 그 칼은 회칼이 되기도 하고, 권총이 되기도 했으며, 심지어 폭탄이 되기도 했다.<br style="line-height: 1.5em; "><br style="line-height: 1.5em; ">그 많은 아픔들을 어찌 다 잊을 수 있을까. 서로에 대한 증오와 미움들을 어찌 없던 일로 바꾸어버릴 수 있을까. 그러나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이 파티가 필요하다.<br style="line-height: 1.5em; "><br style="line-height: 1.5em; ">맥주는 흘러넘치는 거품 속에 모든 것을 희미하게 덮어버리고, 삼겹살을 굽는 이 분위기가 그 모든 아픔을 숯불의 따스함으로 덥혀준다. 노래는 그들이 아직 못다한 이야기들을 류신준의 &#8216;우는 목소리&#8217;로써 승화시키며, 이윽고 이 마당은 파티의 장소가 된다. 노친네같은 파티. &lt;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gt;와 함께 하는 파티가 된다. 서로를 미워할지라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울지라도 파티는 계속된다.</span></div>
<div><span class="Apple-style-span" style="color: rgb(29, 29, 29); line-height: 18px;"><br class="webkit-block-placeholder"></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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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5am 29 : I LOVE YOU (2)</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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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15 Feb 2008 08:26:00 +0000</pubDate>
		<dc:creator>eshyin</dc:creator>
				<category><![CDATA[5am]]></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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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5am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 # 29I LOVE YOU (2) 눈물이 그쳤는데도 슬픔이 계속된다. 많은 사람들이 의지가 되어 주었지만, 신창일은 돌아오지 않는다. 죽어버린 사람은 죽어버린 채 돌아오지 않는다. 민선이와 맞은 마지막 종막도 무색하게, 죽어버린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나 서 있었을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민선이였다. 민선이가 내 등 뒤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 <a href='http://yeinz.net/etude/archives/76'> [... 계속 읽기]</a>]]></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style="text-align: center; "><font size="5" style="color: rgb(212, 26, 1); "><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 'avant garde'; "><font size="+0"><span style="font-size: small; "><br /></span></font>5am</span></font><br /><font size="3">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font></p>
<p><font size="3"><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 'avant garde'; "># 29</span></font><br />I LOVE YOU (2)</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div>
<div>
<div>눈물이 그쳤는데도 슬픔이 계속된다. 많은 사람들이 의지가 되어 주었지만, 신창일은 돌아오지 않는다. 죽어버린 사람은 죽어버린 채 돌아오지 않는다. 민선이와 맞은 마지막 종막도 무색하게, 죽어버린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div>
<div></div>
<div>그렇게 얼마나 서 있었을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민선이였다. 민선이가 내 등 뒤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 민선이도 가벼운 미소로 화답했다. 그녀는 아직도 청력이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영구적인 것은 절대 아니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것이다. 내가 신창일의 묘소 앞에서 기도를 할 수 있을 때가 되면, 민선이도 경주도 아닌 새로운 연인을 만날 때가 되면 민선이도 더불어 그 상처를 극복해낼 것이다.</div>
<div></div>
<div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rgb(0, 102, 153);">i love you</span></div>
<div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rgb(0, 102, 153);">사랑한다는 이 말 밖에는</span></div>
<div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rgb(0, 102, 153);">해 줄 말이 없네요</span></div>
<div></div>
<div>나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민선이가 항상 듣고 싶어하던 노래다. 그녀와 함께 &#8216;잠들기 좋은 방&#8217;에 머물 때마다 함께 부르던, 너무도 슬픈 러브 송이다. 내가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른 가사를 붙여 똑같은 노래를 불렀다. 원곡은 그런 이별 노래가 아니라면서 또다른 가사를 내게 가르쳐주곤 했다. 하지만 언제나 잊어버리곤 했다. 지금도 모르겠다.</div>
<div></div>
<div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rgb(0, 102, 153);">모든게 허락된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span></div>
<div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rgb(0, 102, 153);">우리 둘은 마치 버려진 고양이 같네요</span></div>
<div></div>
<div>그 순간이었다. 등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8220;i love you&#8221;, 그녀가 말한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반 쯤은 허밍처럼 불분명한 발음이었지만 흥얼거리고 있었다. 마치 내 노래를 듣기라도 했다는 듯이, &#8216;잠들기 좋은 방&#8217;에서처럼 또 다른 노래를 불렀다.</div>
<div></div>
<div>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다시 웃어 보였다. 그녀도 웃으면서 계속 노래를 흥얼거렸다. 나는 다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흐르는 길을 따라, 같은 멜로디에 붙여진 또 하나의 가사로 그녀의 노래를 따라 부른다. 두 사람의 입 모양이 서로 다른 시를 노래한다. 하지만 같은 가락을 노래한다.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지만, 같은 감정을 이야기한다.</div>
<div></div>
<div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rgb(0, 102, 153);">이 세상 아니라도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텐데 </span></div>
<div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rgb(0, 102, 153);">눈물 한 방울도 보여선 안되겠죠 </span></div>
<div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rgb(0, 102, 153);">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미소로 날 떠나요 </span></div>
<div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rgb(0, 102, 153);">그 미소 하나로 언제라도 그대를 찾아낼 수 있게</span></div>
<div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rgb(0, 102, 153);"><br /></span></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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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5am 28 : 신창일</title>
		<link>http://yeinz.net/etude/archives/75</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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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4 Feb 2008 08:23:00 +0000</pubDate>
		<dc:creator>eshyin</dc:creator>
				<category><![CDATA[5am]]></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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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5am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 # 28신창일 신창일의 가족관계는 그닥 복잡하지 않다.  아버지는 대구에서 작은 사업체를 하다가 음대 학생이었던 어머니를 만났다. 연애결혼인 셈이다. 경상도 남자는 다들 말이 없고 무뚝뚝하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언변이 좋고 낭만적인 사람이었다. 콧대 높은 여대생이었던 어머니와 연애를 했다니 굳이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사업이 꽤 커졌으며, 서울과 대구에서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a href='http://yeinz.net/etude/archives/75'> [... 계속 읽기]</a>]]></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style="text-align: center; "><font size="5" style="color: rgb(212, 26, 1); "><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 'avant garde'; "><font size="+0"><span style="font-size: small; "><br /></span></font>5am</span></font><br /><font size="3">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font></p>
<p><font size="3"><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 'avant garde'; "># 28</span></font><br />신창일</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div>
<div>
<div>신창일의 가족관계는 그닥 복잡하지 않다. </div>
<div></div>
<div>아버지는 대구에서 작은 사업체를 하다가 음대 학생이었던 어머니를 만났다. 연애결혼인 셈이다. 경상도 남자는 다들 말이 없고 무뚝뚝하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언변이 좋고 낭만적인 사람이었다. 콧대 높은 여대생이었던 어머니와 연애를 했다니 굳이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사업이 꽤 커졌으며, 서울과 대구에서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div>
<div></div>
<div>할머니는 멋을 아는 &#8216;여자&#8217;다. 할머니에 여자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는 게 쉽게 매치가 안 되긴 하지만, 어쨌든 그랬다. 30만 원 짜리 펌을 하고 중후한 정장을 즐겨 입었다. 클래식과 재즈, R&amp;B를 들었다. 얼마 전에는 신창일을 데리고 영화 &#8220;레이&#8221;를 보러 가기도 했다. 매일 저녁 8시면 순종 강아지 &#8216;해피&#8217;를 데리고 공원을 산책한다.</div>
<div></div>
<div>창일이는 가족과 그리 가깝지 않았다. 여느 사춘기 소년이 그렇듯이 가족보다는 친구들, 도덕책 식으로 딱딱하게 말하자면 &#8216;또래 집단&#8217;이 더 친근감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창일이는 그 정도가 조금 심한 편이었는데, 가끔씩 부모나 할머니에 대해 경멸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물론 나는 그의 그런 태도에 동조할 수 없었다. 누군가 거기에 맞장구라도 치면 그는 금새 시무룩해져 머리를 긁적여댔었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창일이가 가족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몇 가지 있다. 나도 창일이의 가족을 만났다가 몇 번 경험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인가 할머니와 아버지가 &#8220;전라도 출신은 상종하면 안 된다&#8221;고 말했었는데, 그 순간 표정이 굳어지며 문을 박차고 집을 나가 버렸었다. 짐작할까 모르겠지만, 우리 부모님이 전라도 출신이다.</div>
<div></div>
<div>그렇다고 신창일이 싸가지없는 어린애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위대한 존재이지만, 가끔씩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또한 모든 행동이 다 선(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신창일이 죽었을 때 그의 장례식장을 지켰던 사람이 누구인지 상기해 보라. 그 친구 전민선과 동생 신창현이 전부였다. 물론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신창일의 드럭 복용 혐의와, 환각 중에 폭발사고를 일으킨 것이라는 소문이 이미 파다히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 소문은 만신창이가 된 신창일과 정신이 나가버린 전민선이 구조되고, 신원이 파악되고, 집에 연락이 닿기까지의 짧은 시간보다도 더 짧은 시간동안 방방곡곡에 퍼졌다. 그러나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장례식 내내 부모가 장례식장을 찾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div>
<div></div>
<div>창일이에게 많은 것을 배운 동생 창현이(그가 드럭을 배우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스런 일이다. 사실 정확히 말해 신창현과 신창일은 전혀 친하지 않았다)를 제외하자면, 그 가족은 적당히 사행심과 허영심으로 채워진 사람들이었다. 그 허영심이 창일이의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가족의 발걸음을 막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집이 워낙 부유했고 사업도 안정적이었으니 그리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창일이는 그 사실을 항상 부끄러워했다. 죽어버린 창일이가 또 시무룩해져 머리를 긁적일지 모르지만, 그 어머니는 폐품을 수집하러 후줄근한 모습으로 리어카를 몰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노점상 할머니를 바라보며 혀를 쯧쯧 차곤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div>
<div></div>
<div>&#8220;불쌍한 건 알겠지만 저런 식으로 돌아다니면 동네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데. 행인들한테 이상한 물건도 팔고. 특히 저 이상한 거 파는 건 뒤에 꼭 뭔가가 있다니까. 사 주면 안 돼.&#8221;</div>
<div></div>
<div>창일이에게 한 번 거쳐 전해 들은 얘기인 만큼, 앞 뒤가 많이 잘려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없는 얘기를 신창일이 지어낸 것도 아닐 것이다. 창일이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괴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괴로움. 고통스러움. 혐오할 수 없는 존재가, 혐오할 수밖에 없는 말을 했으니 그의 마음은 대체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div>
<div></div>
<div>신창일은 추석마다 전라도로 내려가는 류신준이라는 사람과, 행인들에게 이상한 물건을 비싼 값에 파는 노점상 할매를 구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렸다. 힘이 없었고, 방향성이 없었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으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도 신창일을 도와주지 않았다. 열 아홉 살에 사회주의자들의 꿈을 꾼 이 아이는, 그 어디에서도 그 꿈을 북돋아줄 사람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죽었다.</div>
<div></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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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5am 27 : 타르 3.0 니코틴 0.3</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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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Wed, 13 Feb 2008 08:22:00 +0000</pubDate>
		<dc:creator>eshyin</dc:creator>
				<category><![CDATA[5am]]></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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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5am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 # 27타르 3.0 니코틴 0.3 류신준이 &#8216;잠들기 좋은 방&#8217;으로 다시 돌아왔다. 좀 미안했다.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방 안을 담배연기로 가득 채워놓았기 때문이다. 류신준은 눈과 코가 매운지 몇 차례 심하게 기침을 했다. 나는 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담뱃재로 가득한 황도 통조림 캔은 복도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렸다. 매캐한 연기와 함께 후줄근한 <a href='http://yeinz.net/etude/archives/74'> [... 계속 읽기]</a>]]></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style="text-align: center; "><font size="5" style="color: rgb(212, 26, 1); "><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 'avant garde'; "><font size="+0"><span style="font-size: small; "><br /></span></font>5am</span></font><br /><font size="3">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font></p>
<p><font size="3"><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 'avant garde'; "># 27</span></font><br />타르 3.0 니코틴 0.3</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div>
<div>
<div>류신준이 &#8216;잠들기 좋은 방&#8217;으로 다시 돌아왔다. 좀 미안했다.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방 안을 담배연기로 가득 채워놓았기 때문이다. 류신준은 눈과 코가 매운지 몇 차례 심하게 기침을 했다. 나는 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담뱃재로 가득한 황도 통조림 캔은 복도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렸다. 매캐한 연기와 함께 후줄근한 공기도 빠져나갔다.</div>
<div></div>
<div>류신준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베이스를 쳤다. 나는 먼지가 가득 쌓인 방석을 들고 복도로 나갔다. 여기에는 아마 타르 3.0, 니코틴 0.3 짜리, 순하다는 아이러니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멘솔 담뱃재들이 그득히 배어 있을 것이다. 난 방석 두 개를 양 손에 들고 세게 털었다. 탕, 탕, 탕 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나며 먼지와 불쾌한 공기가 떨어져나갔다. 탕, 탕, 탕. 몇 차례를 더 털고 난 후에야, 나는 &#8216;잠들기 좋은 방&#8217;에서 류신준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div>
<div></div>
<div>류신준은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는 분명 무언가에 겁을 내고 있었다. 무엇에 대해서? 난 그걸 포착해내지 못하고 있었고, 그래서 더 이 아이를 겁먹게 만들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연인들간에 사랑한다는 말이 필요한 것처럼, 친구 사이에도 상대를 신뢰할 수 있게 해 주는 자연스러운 표현이 필요하다. 열 아홉살의 류신준은 아직 사람을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누굴 믿을 수 있는지, 누가 친구이고 누가 적인지 구분할 줄은 모른다. 나를 믿을 수 있는지, 내가 진짜 그의 친구인지 그는 잘 모른다.</div>
<div></div>
<div>내가 그걸 가르쳐주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아무 말도 없이 얼굴을 감싸쥐고 괴로워한 것이다. 울부짖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묘하게 흐느끼며 자신의 감정을 추스린 것이다. 남자답게, 남자답게. 류신준은, 류신준은. 류신준은 그렇게 괴로워하면서 겨우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div>
<div></div>
<div>죽어버린 사람에게 명예를 되찾아주기 위해, 류신준은 자신이 나서고 싶다고 했다. 타인을 깎아내리기 위해 분주한 사람들과 황색 언론이 손을 잡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깨뜨리고 싶다고 했다. 어떤 언론에서는 윤리 붕괴의 단상으로, 어떤 교회에서는 사탄의 종으로, 어떤 술자리에서는 썩어버린 요즘 어린애로 단정되어버린 신창일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은 확실했다. 하지만 류신준은 괴로워했다. 나 또한 그의 괴로움에 공감했다. 하고 싶은 일은 있는데, 그것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div>
<div></div>
<div>나는 류신준으로부터 김현태를 떠올렸다. 며칠 전 류신준과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고민을 털어놓았던 또 한 명의 아이를 떠올렸다. 그는 신창일과 그리 가까운 친구가 아니었다. 그런데 신창일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류신준 때문이라고 했다.</div>
<div></div>
<div>&#8220;손해본다는 거 나도 알거든요. 나도 성격 절대 좋은 건 아니거든요. 근데 신준이가 하는 일은 웬만하면 다 도와주고 싶어요. 그냥 손해 보고 싶어요.&#8221;</div>
<div></div>
<div>그게 사람의 본심일 것이다. 어느 순간부턴가 효율성과 내 이익이 모든 것을 가리고 있지만, 사실 그게 행복해지고자 하는 사람의 본심일 것이다. 내 이익만 찾는다고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효율적으로 움직인다고 행복해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우리에겐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찾는 능력이 있었다.</div>
<div></div>
<div>그 능력을 다들 잃어버렸기 때문에 류신준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열 아홉 살 어린애의 투정을 누구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그 투정을 누구도 해결해주려 하지 않기 때문에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고등학생이 누군가의 지지 없이 홀로 어떤 일에 나설 수 있겠는가. 모두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광장으로 어떻게 나설 수 있을 것인가.</div>
<div></div>
<div>담배연기가 거진 다 걷혀가고 있다.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류신준에게 말했다. 어린애는 투정이나 부리고 살아도 된다고.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어른에게 의지해도 상관 없다고. 나는 빈 담배곽을 쓰레기통에 쑤셔넣었다. 바람에서 좋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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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5am 26 : 후일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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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12 Feb 2008 08:21:00 +0000</pubDate>
		<dc:creator>eshyin</dc:creator>
				<category><![CDATA[5am]]></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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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5am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 # 26후일담 뉘 알까, 가시돋힌 그녀의 목소리도 이리도 상쾌한 모닝콜이 될 수 있음을. 노릇노릇 토스트 굽는 향기와 달콤한 핫초코 한 잔 식탁 위에 놓이는 소리가 내 오감을 자극하면, 그 때서야 못 이긴 척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아침 7시,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어느새 도시로 한 두 마리 돌아오기 시작한 참새들이 지저귀는 <a href='http://yeinz.net/etude/archives/73'> [... 계속 읽기]</a>]]></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style="text-align: center; "><font size="5" style="color: rgb(212, 26, 1); "><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 'avant garde'; "><font size="+0"><span style="font-size: small; "><br /></span></font>5am</span></font><br /><font size="3">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font></p>
<p><font size="3"><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 'avant garde'; "># 26</span></font><br />후일담</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div>
<div>
<div>뉘 알까, 가시돋힌 그녀의 목소리도 이리도 상쾌한 모닝콜이 될 수 있음을. 노릇노릇 토스트 굽는 향기와 달콤한 핫초코 한 잔 식탁 위에 놓이는 소리가 내 오감을 자극하면, 그 때서야 못 이긴 척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아침 7시,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어느새 도시로 한 두 마리 돌아오기 시작한 참새들이 지저귀는 보통 날의 아침 7시다.</div>
<div></div>
<div>&#8220;일어나기 싫지?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잔뜩 술 먹고 들어오래?&#8221;</div>
<div></div>
<div>그녀가 미소를 섞어 나를 책망한다. 나도 따라 웃는다. 그리고 뜬금없이 말한다.</div>
<div></div>
<div>&#8220;거기 팬티 좀 던져줄래?&#8221;</div>
<div></div>
<div>그녀는 뾰로퉁한 얼굴로 잠시 나를 노려보다가, 이내 졌다는 듯 실소하며 내 부탁을 들어준다. 그리고 묻는다.</div>
<div></div>
<div>&#8220;어제 기일이었댔지? 누구랑 술 먹었어?&#8221;</div>
<div></div>
<div>&#8220;뭐 기일마다 그 멤버지&#8230;&#8230;. 승욱이 형이랑 민아 누나, 창현이랑 현태&#8230;&#8230; 좀 봐주라. 승욱이 형은 진짜 오랜만에 만났단 말야.&#8221;</div>
<div></div>
<div>&#8220;그리고 민선이?&#8221;</div>
<div></div>
<div>내 핑계를 무시하고, 그녀가 장난스러운 물음을 던진다. 별 악의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그녀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그 이름은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몇 년 전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옛날 여자친구고, 그런 걸 자연스럽게 넘어갈 정도로 늙수구레해 진 것도 아니니 말이다. 결국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 그냥 웃으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도 웃으면서 화제를 바꾼다.</div>
<div></div>
<div>&#8220;근데 너, 오늘 땡시 있는 거 알아?&#8221;</div>
<div></div>
<div>엥, 이건 또 뭔 소린가.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까 그제서야 생각이 난다. 땡시가 있는 날이다. 그것도 해부학. 생각하기조차 싫었었다. 그렇다고 진짜 생각이 안 나 버릴 줄이야. 나는 급히 책꽂이에서 도감을 하나 꺼내다가 아무 페이지나 펴들고 묻는다.</div>
<div></div>
<div>&#8220;어, 어디야? 오늘 시험 보는데?&#8221;</div>
<div></div>
<div>&#8220;에&#8230;&#8230; 여기. 상지.&#8221;</div>
<div></div>
<div>그녀가 편 페이지에는 하나같이 모르는 단어 투성이다. 나는 그녀가 가져다 준 토스트와 핫초코를 양 손에 들고 정신없이 그림을 훑어나간다.</div>
<div></div>
<div>&#8220;이게 뭐야, 카피테이트? 에&#8230; 트라페지움, 피시폼&#8230;&#8230;.&#8221;</div>
<div></div>
<div>&#8220;아니, 아니, 피시폼이 아니라 파이서폼. 아니, 아니, 지금 그건 파이서폼이 아니라 헤이메이트잖아.&#8221;</div>
<div></div>
<div>그녀가 얄밉게 내 잘못을 지적한다. 그러게 애당초 뼈 모양만 보고 이게 무슨 뼈인 줄 알게 뭐냔 말이다. 그렇게 퉁명스럽게 속으로 불평을 하다가, 이내 또 속으로 피식 웃어 버린다. 소소함. 너무나 기분좋은 소소함. 나는 그녀와의 대화 속에서, 내가 너무도 행복한 보통 사람일 수 있음을 실감한다. 그 속에서 추구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지극히 작고 사소한 가능한 변화들 뿐이다.</div>
<div></div>
<div>&#8220;에이, 몰라, 몰라! 그냥 재시 볼래.&#8221;</div>
<div></div>
<div>나는 도감을 덮어버리면서 어리광을 부린다. 그녀가 장난스럽게 나를 노려본다. 소소함. 눈길 사이에 소소함. 수많은 대화들, 수많은 화제들, 지극히 기분좋은 소소함, 지금은 아침 7시다.</div>
<div></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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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5am 25 : 등으로 별을 보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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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11 Feb 2008 08:19:00 +0000</pubDate>
		<dc:creator>eshyin</dc:creator>
				<category><![CDATA[5am]]></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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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5am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 # 25등으로 별을 보다 땀맺힌 옆구리에 바람이 시리다. 벽에 바람 스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뻥 뚫린 하늘 아래, 기어이 나는 등으로 별을 본다. 흔들리는 까만 숲 속에서부터 불현듯 한기가 불어든다. 그 숲 속에 뉘 있어 그 한기를 따라 내 등짝을 훔쳐본다 할지래도, 어둠이 그것만으로 가장 굳건한 벽이다. 시시로 들려오는 술주정뱅이 소리가 <a href='http://yeinz.net/etude/archives/72'> [... 계속 읽기]</a>]]></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style="text-align: center; "><font size="5" style="color: rgb(212, 26, 1); "><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 'avant garde'; "><font size="+0"><span style="font-size: small; "><br /></span></font>5am</span></font><br /><font size="3">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font></p>
<p><font size="3"><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 'avant garde'; "># 25</span></font><br />등으로 별을 보다</div>
<div>
<div></div>
<div>땀맺힌 옆구리에 바람이 시리다. 벽에 바람 스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뻥 뚫린 하늘 아래, 기어이 나는 등으로 별을 본다. 흔들리는 까만 숲 속에서부터 불현듯 한기가 불어든다. 그 숲 속에 뉘 있어 그 한기를 따라 내 등짝을 훔쳐본다 할지래도, 어둠이 그것만으로 가장 굳건한 벽이다. 시시로 들려오는 술주정뱅이 소리가 환청처럼 귓가에 어려도, 그 모든 소리를 덮어버리는 이 촉촉한 촉감과 솟아오르듯 떨리는 이 느낌이 곧 마음의 벽이다.</div>
<div></div>
<div>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모두 잊혀지고, 다만 먼지에 뒤섞여 허공을 떠돈다. 등짝의 땀방울을 흩트려 날려 버릴 때마다 잔념이 온몸에 부딪쳤다 다시 튕겨져 나가고, 그 때마다 핏줄을 따라 진동이 심장을 때린다. 쿵, 쾅, 쿵, 쾅. 뵈는 것 없는 어둠 속에 오롯이 잔영만이 굴곡의 그림자를 그리는 것을 보려니, 또다시 쿵, 쾅, 쿵, 쾅, 들려선 안 될 소리가, 들릴 리 없는 소리가 내 뇌를 가득 채워 광기를 자극한다. 움직임이 빨라지니 이 그림자도 더 힘있는 잔영을 남긴다. 흥이 춤을 부르고, 춤이 흥을 부르니, 장단만 점점 빨라진다.</div>
<div></div>
<div>시내 하나가 초가를 끼고 흐르는데, 게 이슬이 유속을 못이겨 허공으로 뛰쳐나오니, 별이 그 갈 길을 인도하야 내 등 위로 흩뿌린다. 별을 따라 흘러온 것이 내 온 몸을 감싸니, 끈적이고도 상쾌하며 또한 질퍽거려, 후끈하이 뜨거워서 다시 또 흥이 된다. 열기가 흥을 부르는가, 흥이 열기를 부르는가, 어쨌든 춤사위가 거세어진다. 상쇠가 된 양 질펀히 꽹과리를 쳐 대니, 한편에선 소고가 뜬금없이 여길 갔다, 저길 갔다 정신없이 싸돌아다닌다. 소리 나는 것은 꽹과린데 흥이 나는 것은 소고렷다.</div>
<div></div>
<div>둘이서 신명이 났다. 달조차 진 깊은 새벽에, 새 하루를 깨뜨리기에도 아직 여유가 있는 어떤 어중간한 시각에 향내나는 마루에 누워 등으로 별을 본다. 소고를 놀고 꽹과리 소리를 낸다. 뉘 있어 내 등짝을 훔쳐본다 할지래도, 어둠이 그것만으로 가장 굳건한 벽이리니. 새가 뜬금없이 떠들어대도, 숲을 사이에 두고 아직도 술에 취해 비틀거릴 도시가 있드래도, 나는 여기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유흥과 한바탕 판굿을 벌이리니. 젊다 못해 어린 몸을 농무 속에 내맡겨 시류와 함께 흐른다. 별이 살결을 간지럽히니, 그래, 추어라, 추어라, 추어라, 추어라, 추어라, 추어라, 추어라, 추어라.</div>
<div></div>
<div>눈 앞에 허옇고 뿌연 것이 보인다. 실로, 망아(忘我)라! 냇물에 섞인 망아(忘我)를 벌컥 벌컥 들이키고선, 위로 아래로 좌로 우로 빙글빙글 돌고 또 돌며 춤을 춘다. 숲 밖에 세상이 있거나 말거나, 나는 그 세상에서 슬며시 사라져 나와 벗만의 여흥을 즐길지니. 꽹과리 소리도 아쟁 소리도 신명이 난다. 몇 바퀴를 또 돌다가 몸을 뒤집고, 구르고, 쿵떡거리며 춤을 추어 댄다. 판굿이 절정으로 치달으니 이제 해조차 지하에서 뜰까 말까 주저주저한다. 신명이 날 대로 나면 그제야 해가 뜰 것이니, 걱정을 말고 소고를 놀고 꽹과리를 쳐라. 해야, 이 신명을 깰 테면 깨어 보아라. 등으로 별은 볼 수 있을지언정 해는 볼 수 없을 것이니.</div>
<div></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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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5am 24 : 종막</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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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10 Feb 2008 08:17:00 +0000</pubDate>
		<dc:creator>eshyin</dc:creator>
				<category><![CDATA[5am]]></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yeinz.net/etude/?p=71</guid>
		<description><![CDATA[5am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 # 24종막 파편이 신발 밑창을 간지럽혔다. 눈만 감는다면 마치 눈 내린 잔디밭을 걷는 것 같은 촉감일 것이다. 그러나 이 파편은 잔혹할 정도로 검고 붉다. 그 날 이후 전혀 변하지 않은 이 곳, 핏자국조차 채 지워지지 않은 이 방은 죽음이 있었던 공간이다. 전민선. 창살을 따라 가느다란 선(線)을 그리며 들어오는 햇빛이, 그녀의 얼굴을 <a href='http://yeinz.net/etude/archives/71'> [... 계속 읽기]</a>]]></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style="text-align: center; "><font size="5" style="color: rgb(212, 26, 1); "><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 'avant garde'; "><font size="+0"><span style="font-size: small; "><br /></span></font>5am</span></font><br /><font size="3">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font></p>
<p><font size="3"><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 'avant garde'; "># 24</span></font><br />종막</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div>
<div>
<div>파편이 신발 밑창을 간지럽혔다. 눈만 감는다면 마치 눈 내린 잔디밭을 걷는 것 같은 촉감일 것이다. 그러나 이 파편은 잔혹할 정도로 검고 붉다. 그 날 이후 전혀 변하지 않은 이 곳, 핏자국조차 채 지워지지 않은 이 방은 죽음이 있었던 공간이다.</div>
<div></div>
<div>전민선. 창살을 따라 가느다란 선(線)을 그리며 들어오는 햇빛이, 그녀의 얼굴을 미묘하게 가리듯 드러낸다. 빛과 그림자가 절묘하게 교차된 그곳은 내가 꿈꾸던 바로 그 음양(陰陽)이다. 음양. 태극. 사상. 팔강. 죽음이 낳은 삶, 삶이 낳은 죽음, 그 모든 것들이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 음양이 절묘히 교차한다.</div>
<div></div>
<div>&#8220;넥타이 비뚤어졌어.&#8221;</div>
<div></div>
<div>방으로 들어온 날 보고 그녀가 내뱉은 첫 마디는 &#8211; 그런 다소 뜬금없는 것이었다. 나는 말없이 가방을 내려놓았다. 창일이의 사고사 이후, 나를 고교생으로 규정하는 건 이 가방과 교복 뿐이다. 가방에 적당히 무게감을 주기 위해 항상 넣고 다니는 수학 II 교과서, 어학용 기기를 가장한 mp3 플레이어, 유사시에 대비하라며 경주가 넣어준 넥타이 하나.</div>
<div></div>
<div>다섯 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보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에 앉았다. 원래대로라면, 그러니까 1년 전이었다면, 이 시점에서 그녀가 몸을 살짝 기울여 내 넥타이를 매만져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두 귀를 감싸안고, 무기력한 표정으로 앞을 응시했다. 류신준과 전민선이 앞을 응시한 채 어색하게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div>
<div></div>
<div>&#8220;왜 왔어?&#8221;</div>
<div></div>
<div>내가 어찌할 줄 모르는 가운데,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곳은 여전히 빛과 그림자가 절묘하게 교차된, 음양(陰陽)이다. 그녀의 그림자에 빛이 가려진 내 자리는 철저한 그림자다. 음양, 태극, 사상, 팔강, 침묵이 낳은 대화에, 대화가 낳은 침묵이 내 귀를 간지럽혔다. 그녀는 귀를 닫고 있었다.</div>
<div></div>
<div>&#8220;난 걸레같은 년이야. 양아치라구. 그리고 너는&#8230;&#8230;. 범생이지? 범생이잖아. 이제 우리 같은 애들한텐 관심 끊고 공부나 열심히 하면 돼. 검사 되고, 변호사 돼. 아니, 이과였지? 그럼 의사 되고 한의사 되면 돼. 양아치들이 무슨 생각이 있는 줄 알아? 무슨 트라우마라도 있는 줄 알아? 어릴 적 상처가 있어서? 썩어빠진 세상이 혐오스러워서 양아치 짓을 한다고 생각해? 다 걸레같은 년이야! 쓰레기같은 놈들이야! 아무 이유도 없어. 그냥 쓰레기들이야. 그러니까 관심 끊어. 우린 다들 낙오자가 될 놈들이니까.&#8221;</div>
<div></div>
<div>그런 말을 하면서도, 그녀는 무표정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처럼 담담할 수 없었다. 분노해야 했다. 발끈해야 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우유부단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녀는 귀를 닫고 있었다.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녀를 향해 화를 낼 타이밍조차 잃어버렸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는 진심을 말할 수 있는 그 순간을 놓쳐버렸다.</div>
<div></div>
<div>대화의 제단계. 진심을 숨기고 가식으로 밟아나가는 대화의 제단계. 또다시 그것을 밟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해졌다. 귀를 닫아버린 그녀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이라도. 울컥해서 내지르는 거짓말이라도, 땅을 치고 후회할 만큼 과장된 행동이라 해도, 대화의 제단계에서 밟아가는 가식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div>
<div></div>
<div>그래서 나는 한 발 늦은 분노를 터트린다. 아주 조용하게, 그녀에게 어울리는 모습으로 분노를 터트린다. 분노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평정된 분노이며, 폭력을 배제한 고요한 분노이다.</div>
<div></div>
<div>&#8220;난 두 명이나 봤어.&#8221;</div>
<div></div>
<div>생각 있는 양아치를. 아니, 되려 나보다 생각이 깊던 &#8216;양아치 새끼&#8217;를 두 사람이나 봤어. 선생보다 진지하고 판사 나리보다 정의가 뭔지에 대해 훨씬 더 잘고 있는 양아치 새끼가 두 명이나 있었다고. 이딴 넥타이가 무슨 소용이야. 학교고 뭐고 개 돼지나 줘 버리라지.</div>
<div></div>
<div>정확히 어떤 소리가 내 입을 통해 터져나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두 사람이 있었지만, 한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었고, 한 사람은 귀를 닫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분명 그녀에게 내 진의가 전달되기는 한 것 같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넥타이도 거칠게 풀려나가 있었다. 내 모든 행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전민선의 두 눈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당황, 불안, 기쁨, 놀라움, 태극, 음양, 사상, 팔강. 그녀는 그 모든 감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한다.</div>
<div></div>
<div>&#8220;넥타이&#8230;&#8230;&#8221;</div>
<div></div>
<div>그녀는 말을 채 맺지 못한다. 나는 그녀와 이마를 맞대고 아주 천천히, 입 모양을 똑똑히 해 마지막 메시지를 전달한다.</div>
<div></div>
<div>&#8220;같이 가자.&#8221;</div>
<div></div>
<div>같이 가자. 공무원 되고 교사 되고 판검사 되고 의사 되고 한의사 되고&#8230;&#8230; 설령 그게 부정할 수 없는 내 미래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만은 함께 가자. 신창일이 간 바다로, 신창일이 갇힌 오세아니아의 진리부로.</div>
<div></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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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5am 23 : 대화의 제단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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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at, 09 Feb 2008 08:16:00 +0000</pubDate>
		<dc:creator>eshyin</dc:creator>
				<category><![CDATA[5am]]></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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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5am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 # 23대화의 제단계 우리는 &#8216;잠들기 좋은 방&#8217;을 나서 숲을 향해 걸었다. 창문을 넘어왔던 햇빛은 이제 나뭇가지의 횡문(橫文)을 그리고 있었다. 바람은 그 살결을 따라 흔들리듯 움직인다. 햇빛과 바람이 창문을 넘어 숲으로 우리를 따라왔다. &#8216;잠들기 좋은 방&#8217;을 채우던 음악과 소리가 그 바람을 따라 경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운율을 만들어낸다. 나는 그 운율에 맞춰 <a href='http://yeinz.net/etude/archives/70'> [... 계속 읽기]</a>]]></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style="text-align: center;"><font style="color: rgb(212, 26, 1);" size="5"><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avant garde';"><font size="+0"><span style="font-size: small;"><br /></span></font>5am</span></font><br /><font size="3">우리가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font></p>
<p><font size="3"><span style="font-family: 'Arial Black','avant garde';"># 23</span></font><br />대화의 제단계</div>
<div style="text-align: center;"></div>
<div>
<div>우리는 &#8216;잠들기 좋은 방&#8217;을 나서 숲을 향해 걸었다. 창문을 넘어왔던 햇빛은 이제 나뭇가지의 횡문(橫文)을 그리고 있었다. 바람은 그 살결을 따라 흔들리듯 움직인다. 햇빛과 바람이 창문을 넘어 숲으로 우리를 따라왔다. &#8216;잠들기 좋은 방&#8217;을 채우던 음악과 소리가 그 바람을 따라 경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운율을 만들어낸다. 나는 그 운율에 맞춰 어떤 노래를 흥얼거렸다.</div>
<div></div>
<div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rgb(0, 102, 153);">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span></div>
<div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rgb(0, 102, 153);">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span></div>
<div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rgb(0, 102, 153);">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span></div>
<div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rgb(0, 102, 153);">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span></div>
<div></div>
<div>현태는 나를 편하게 해 준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그 녀석만은 날 내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줄 거라는 믿음이 든다. 현태는, 뉘 앞에서도 쉬이 당당해지지 못하는 내가 언제나 당당하게 맞을 수 있는 그런 누군가이다.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쉬이 비난치 않고 나의 신실함만을 알아주는 그런 누군가이다. </div>
<div></div>
<div>현태는 알코올과 같은 존재다. 둘은 모두 내 안에 잠들어있던 모든 우울함을 끄집어낸다. 그러나 조금 다르다. 알코올은 나를 침잠시킨다. 현태는 나를 흥기시킨다. 현태 앞에서 나의 모든 우울함은 열 아홉 고등학생의 평범한 일상다반사에 불과하다. 일요일 점심에 아구찜을 먹었다든지, 어제 이효리를 직접 봤는데 허리가 장난이 아니었다든지. 마치 그런 평범한 잡담을 나누듯이, 내 모든 우울함을 그 앞에서 털어놓는다.</div>
<div></div>
<div>몇 살 부터였던가, 나는 대화에 단계를 쌓았다. 몇 단계의 가식 속에 진심을 꽁꽁 숨겨 놓는다. 그 가식이 상대에 의해 한꺼풀 한꺼풀 벗겨지고 나서야 비로소 진심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런 짓을 하는 이유를 마음의 벽이라고 해도 좋고, 어떤 일본 애니메이션의 표현을 빌려 &#8216;AT 필드&#8217;라고 얘기해도 괜찮을 것 같다. 진심을 상대에게 무방비로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일인지에 대해, 나는 나조차 모르는 새 교육받았다. &#8216;상대가 나의 가식을 벗겨내지 못한다면 그냥 그대로 진심을 숨기고 있으면 된다. 대화의 제단계(諸諸段)를 모두 쌓아올리지 못했다면 대화를 하지 않으면 된다. 진심을 무방비로 드러내 상처받기보다는 차라리 몇 겹의 가식으로 나를 방어하는 것이 낫다.&#8217;</div>
<div></div>
<div>그러나 &#8211;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div>
<div></div>
<div>나는 현태와 이야기할때마다 이 대화의 제단계가 어리석기 그지없는 것임을 깨닫는다. 또한 나는 현태와 이야기할때만 이 대화의 제단계가 어리석기 그지없는 것임을 깨닫는다. 나는 또 한 번 나를 바꿀 계기가 찾아올 때까지 이 의미없는 대화의 제단계를 반복할 것이다. 마음에 들어있는 무의식중의 상처가 완전히 나을 때까지,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그 순간까지 계속 그러할 것이다.</div>
<div></div>
<div><span style="color: rgb(193, 193, 193);">이 녀석 앞에서가 아니라면, 언제나 그러할 것이다.</span></div>
<div><span style="color: rgb(142, 142, 142);">이 녀석 앞이 아닌, 모든 곳에서 언제나 그러할 것이다.</span></div>
<div><span style="color: rgb(51, 51, 51);">이 녀석 앞에서만은 그 대화의 제단계를 엽등(獵等)할 것이다.</span></div>
<div>이 녀석 앞에서만은 모든 가식을 뛰어넘어 내 솔직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div>
<div></div>
<div>제단계를 넘어. 바람을 따라, 제단계를 넘어. 바람을 핑계삼아, 제단계를 넘어 현태에게 말한다.</div>
<div></div>
<div>&#8220;민선이한테 가 봐야겠지?&#8221;</div>
<div></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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