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에서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음악여행 라라라>라는 어딘지 모르게 대충 지은 것 같은 제목. 라디오스타가 끝나고 30분 후, 라디오스타의 그 멤버들이 그대로 다시 모여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같은 진행자들이 진행하긴 하지만, 라디오스타가 초대하는 손님들이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이 프로그램의 손님들은 '음악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프로그램의 색깔 자체가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첫 게스트는 이승열. '사운드의 전설' U&ME BLUE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였던 사람이다. (U&ME BLUE는 방준석과 이승열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팀인데, 두 사람 모두 보컬과 기타를 맡는 독특한 구성이었다.) 그의 대표곡인 <Secret> <비상> <기다림> <흘러가는 시간 잊혀지는 기억들> 등을 불렀다. 원더걸스의 <Nobody>를 독특하게 편곡하여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라디오스타 팀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라디오스타 팀의 '가벼운' 분위기와, 이승열의, 음악에 올인한 사람다운, 어딘가 무거운 분위기가 잘 섞여들지 못하고 겉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수요예술무대> 등, 그동안 공중파 방송이 선보여온 전문 음악 방송은 소극장 등에 관객들을 모아놓고 무대에서 라이브를 하고, 이걸 방송으로 내보내는 형식이었다. 따라서 방송을 보는 시청자 뿐 아니라 현장에 모인 청중까지 고려해 사운드 세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반면 <음악여행 라라라>는 청중이 없는 스튜디오에서, 방송에 최적화된 사운드 세팅으로 라이브를 선보이기 때문에 악기 소리 하나 하나의 흡입력이 더욱 강력하게 느껴진다. 라디오스타 팀은 '저예산 프로그램이라 그렇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시청자로서는 참 반가운 형식의 라이브다. 특히 '전문 음악 프로그램'을 표방하면서도 사운드의 질이 형편없었던 (특히 케이블 방송사의) 몇몇 음악 프로그램을 생각하자면 이런 변화는 무척 값지다.

다만 손님과 라디오스타 팀이 대화를 나누는 부분은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다. 음악인으로서도 인정을 받은 윤종신 씨 정도가 무게중심을 잡고 있을 뿐, 특히 신정환 씨 같은 경우에는 '전문 음악 방송'에 어울리지 않는, '버라이어티'에 어울릴법한 감각으로 시종일관한다. 대화를 겉돌게 만들고, 음악인의 깊고 진솔한 이야기를 자꾸 끊어버린다. 버라이어티에서조차 약간 무리가 있던 캐릭터를 그대로 끌고 오다 보니, 이런 심야 음악 방송에서는 너무 튀는 느낌이다. 오히려 음악이라곤 캐롤밖에 해 본 적이 없는 김국진 씨가 가벼운 웃음과 진중한 대화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는 느낌이다. 한편 록 음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김구라 씨는 의외로 치고 나오지 못한다. 뭐랄까, 윤종신 씨와 함께 전문적인 부분에서 여러 이야기를 해 주길 바랬는데, 첫 방송이다 보니 아직 그 균형을 잘 맞추지 못한 것 같다. 앞으로는 장르에 따라 MC를 바꾸어가며 방송할 예정이라는데,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웃음도 많이 필요하겠지만, 전문 음악 방송을 표방하고 고급스런 라이브를 들려주는 만큼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에도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줬으면 좋겠다.

장르음악을 추구하는 음악인들에게 이런 프로그램은 무척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미진한 점이 많지만 그나마 음악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할 만한 공간이고, 또 사운드의 질에 있어서도 (특히 공중파의 '인기가요' '음악중심' '뮤직뱅크' 등에 비하면) 음악인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수준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열 씨는 "평소 TV에 출연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출연이 부디 잘 한 선택이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나 또한 그러기를 바란다. 또 이런 형식은 장르음악을 추구하는 음악인 뿐만 아니라, 팝 가수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깔끔한 사운드를 갖춘 스튜디오 라이브를 통해 팝 음악이 결코 장르음악에 비해 '저질스런' 것이 아님을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이고, 무릎팍 등에서 나오는 '치켜세우기'가 아니라 진짜 음악에 대한 진솔한 얘기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을 팔기에 급급한 아이돌이 아니라, 진짜 음악을 사랑하는 팝 가수일 때 얘기긴 하지만 말이다. 어느 한 편에 편중되는 일 없이, 음악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길 바란다. 새로운 가능성에 감사한다.

1줄 요약 : 이승열 씨, 대부분들 원곡도 잘 모를텐데 굳이 그렇게 성의있게 편곡할 것 까진...... ㅠㅠ


2008/11/27 20:48 2008/11/2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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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녘 2008/11/28 12:11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그러게요, 신경 많이 많이 쓰셨더라고요 ㅎㅎ
    안 그래도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이미 보셨군요.
    <Nobody> 앞뒤로 새로 들어간 부분이 달달하니 좋아서 블로그에 퍼놓고 감상中입니다!
    사운드에 집중할 수 있는 프로그램...

  2. 예인 2008/12/03 16:31 | PERMALINK | 고치기 |

    Secret은 늘상 편곡 버전만 연주하니,
    앨범수록곡 그대로의 라이브를 좀 들어보고 싶을 정도. -_-;;

    포맷이 아직 제대로 안 잡힌 느낌. 나아지겠거니.